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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최고의 히트 웹툰이던  ‘미생(未生)’이 TVN의 주말 드라마로  평균 시청률 4.6%, 최고 시청률 6.0%를 기록하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다음에서 연재된 미생은 누적 조회수 10억회를 넘기고 책으로도 50만부 넘게 팔려나간 '국민 웹툰’으로 당시 대한민국 샐러리맨의 심금을 울리며 폭풍 공감을 자아냈는데, 이번 방송 이후 추가로 100만부 이상 판매됐다고 하니 헉..소리 난다. (윤태호 작가님이 부러울 뿐 ㅋㅋ)  

전쟁 같은 직장 생활에 대한 입체 다큐를 보는 듯한 리얼한 드라마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싱크로 100%의 캐스팅과 배우들의 호연, 매회마다 빈틈없이 전개되는 탄탄한 스토리에 빠져들지 않을 재간이 없다. 나도 금요일 토요일 저녁이면 TV앞에 붙어않아 어리버리한 장그래를 기다린다. 1장과 2장은 장그래가 프로바둑기사 입단이 좌절된 후, 가슴 아픈 사회 진출기와 인턴생활을 실감나게 그리더 4장부터는 원 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장그래와 직장 동료들의 이야기를 입체감있게 그리고 있다. 

한회 한회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향연이 점점 더 흥미진진해 지고 있어 앞으로 더욱 기대가 높다. 드라마 마니아인 나도 요즘 공중파 드라마는 유치해서 정말 봐줄수가 없는데 케이블에서 이런 진주 같은 드라마가 터져주니 정말 반갑다. 정말 CJ가 대한민국 콘텐츠 사업을 먹여살리려나보다. (이거 끝나면 바로 삼시세끼와  엠넷의 슈스케를 보는 나 ㅎㅎ)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나 스토리가 윤태호 작가가 직접 상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인터뷰해서 녹인것이다보니 실제 직장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 그대로 나온다.  

부하직원들에게 막말과 성추행에 버금가는 행동을 하는 부장이나 혼나는게 두려워 자신의 실수를 타부서에 떠넘기는 과장이나 여자 후배에게 여자라는 이유로 '기껏 가르쳐 놓으면 결혼에 육아에 남편에 핑계가 많아. 여자들은 의리가 없어서 그래"라며 대놓고 여자 후배를 디스하는 남자 대리. 이 모든 캐릭터가 실제 회사에서 바로 만날 수 있는 모습들이다. 

실제로 나만해도 인사팀에 입사했던 신입 시절, 3년 위 남자 선배가 여자라는 이유로 나를 엄청 갈구고 남자 동기들과 웃으며 얘기만 나눠도 '인사담당자가 헤퍼 보인다'며 남녀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던 게 아직도 아픔으로 남아있다. 그땐 정말 퇴사할 뻔 ㅠㅠ

보통 샐러리맨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들이란게 늘 서류뭉치와 씨름하고 직장 상사에게 얻어터치는 정도의 표피적인 묘사라면, '미생'은 실제 사무직들의 생활을 밀착 묘사하고 있어 더 큰 공감을 얻는 듯하다. (이를테면, 보고할 때 부장님 옆에서 쩔쩔 매는 모습이나 조용한 사무실에서 조근조근 전화기로 신경전을 하거나 키보드를 가열차게 두드리며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이는 모습들 말이다. )  

이번 주 방영된 '미생' 5장에서는 사내 정치, 부서간 알력, 여직원에 대한 편견, 워킹맘의 고뇌, 사내 성희롱 등 좀 더 입체적인 직장 내 문화를 파고든다. 예전에 KBS의 '직장인 신'에서 미스 김이 뭐든 다 잘 해내는 비정규직이라는 다소 코믹하고 비현실적인 설정에 비하면 '미생'은 정말로 '리얼 다큐'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내 나름대로 미생의 볼매 캐릭터 3명의 캐릭터를 분석해 본다. 공감한다면 좋아요!


1. '미생'에서 '완생'으로, 장그래 

장그래이미지

임시완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선입견에도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해 스펙도 없고 가진 것도 없어 억울함을 당하기 일쑤인 ‘장그래’ 역을 멋지게 해내고 있다. 어눌한 말투와 주눅든 표정, 체념의 눈빛까지, 마치 이제 막 발을 디딘 스펙, 특기, 경력 없는 26살 '보기드문' 신입사원의 모습 그대로를 누구보다 잘 녹여냈다. 

초반에 프로바둑기사 입단에 좌절된 후 “기제가 부족하고 운이 없어서란 말은 사양이다. 아르바이트와 바둑을 겸해서, 용돈을 줄 부모님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는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 슬프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 가슴 아팠다. 

인턴 동기들에게 따돌림당하고, 만만한 PT 대상으로 이용당하던 장그래. 그 유명한 딱풀사건을 통해 오과장이 술먹고 ‘우리 애'라고 불러주는 바람에 그만 눈물을 쏟는다. '장그래'는 메일을 통해 “어제 양의 곱창을 먹으며 동료애의 시작을 느꼈다. 멋진 한 팀이 될 수 있을 거라 예감이 든다”며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원작에는 없는 장면)  

인턴 프레젠테이션 과정을 통해 나약함을 벗고 ‘승부사’ 기질을 선보이는 장면도 통쾌했다. 오랜 시간, 바둑을 공부하며 깨달은 남다른 통찰력 덕분었다. 원작자 윤태호 작가는 임시완을 두고 “보지 않아도 되는 지점을 보고 있는 듯한 성숙한 청춘”이라 말했다고. 임시완은 이제 '장그래'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가 점점 '미생'에서 '완생(完生)’의 삶으로 나아가길...

2. 인간성과 실력 OK, 줄타기는 NO, 오과장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이자 가장 호감가는 캐릭터는 역시 '오과장'이다. 아이 셋을 둔 만년 과장이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사내에서 '정치'가 아닌 '일'로 평가받으려고 하는 남자다운 박력 캐릭터이다. 처음 장그래가 낙하산 인턴으로 입사했을 때 "여기있는 사람들이 이 빌딩 로비 하나를 밟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는 줄 알아? 여기서 버티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과 좌절을 뿌렸는지 알아? 기본도 안된 놈이 빽 하나 믿고 에스컬레이터 타는 세상. 그래 뭐. 그런 세상인 것도 맞지.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런 세상 지지하지 않아."라고 멋지게 말하기도 했지. 

오과장이 입사동기인 선차장에게 "육아할 때 남자들은 여자의 양보를 쉽게 여긴다. 여자가 회사에서 차장까지 오르려면 얼마나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장면은 어찌나 멋지던지~ 오과장의 와이프도 애 셋 낳으면서 집에 들어앉았다면서 여직원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자상한 남자 ㅋㅋ 

결국 장그래가 2년직 계약직으로 입사했을 때 옥상에서 해 준 말도 인상적이다. "버텨...여기는 버티는 놈이 이기는 곳이야"


오상식이미지


3. 에이스 워킹맘, 선차장 

여자 '미생'들의 고군분투도 인상적이다. 어떤 인터뷰에서 윤태호 작가가 선차장의 워킹맘 스토리가 가장 애착을 갖는 에피소드라고 말한걸 봤는데 그의 여성관은 참 균형있어 맘에 든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10대~50대까지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는가보다.

인턴시절에 빼어난 활약을 하던 안영이는 '여자'가 왜 이렇게 뻣뻣하냐며 선배들의 알 수 없는 멸시와 견재 속에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훔친다. 영이네 부서의 임신한 여사원을 보고 팀장과 남자 직원들이 "뭐? 임신? 대체 애를 몇이나 낳는거야. 어떡하려고 또 임신을 했대? 이기적이다"라고 하는 모습은 (드러내놓고 말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일뿐) 남자들의 이중심리를 그대로를 반영한다. (자기 아내는 칼퇴근 직장, 우리 회사 여직원은 야근에 일중독이길 바라지.)  

선지영이미지

워킹맘으로 사내에서 인정받는 에이스인 선차장은 신입사원인 영이에게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일과 육아를 같이 하긴 어려워. 워킹맘은 어디서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죄인이야. 결혼하지마. 그게 속편해"라고 말할 정도로 집과 회사를 오가며 힘든 삶을 산다. 퇴근시간과 어린이집 하원 시간사이에서 동동거리는 워킹만들의 회사생활은 남편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선차장의 남편이 이기적이거나 나쁜 사람은 아니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맞벌이 육아는 정말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문제이다. 

선차장의 본격적인 에피소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래서 선차장의 담당한 이 말이 더 아프게 들린다. 

답이 없다. 답이.. 우리를 위해 사는건데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네.
_미생 제5장

지금까지 나는 일과 육아 사이에서 타협하고 (지금 시기에) 더 중요한 육아를 위해 직장을 포기한 엄마들을 수없이 보았다. 그들은 팍팍한 회사 생활의 도피처로 혹은 엄마가 필요한 아이를 위해 자의반 타의반 가정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하루하루 갈등 속에서 살아간다. 

나또한 매일 아침 아이의 아침을 차려주고 정신 없이 회사일을 끝마친 뒤 돌아와 저녁을 차리고 아이를 씻겨 재우고 빨래 개고 설거지하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나도 선차장처럼 워킹맘으로 살면서 '나는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해왔다. 일에 대한 성취감을 위해? 조직의 인정과 보상을 받기 위해? 경제적인 독립을 하기 위해? 사회적 관계 유지를 위해? 내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 

왜 여자는 남자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고민을 해야하는지 억울할 때도 있었다.
이제는 말한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당당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오늘도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장그래와 오과장과 선차장을 응원하며...나즈막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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