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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리뷰를 남기고 싶은 인상적인 영화를 봤다. 불금의 퇴근길 갑작스런 동료와 의기투합해 시간 맞는 걸로 본 것 치곤 꽤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CGV 여의도에서 우리에게 얻어 걸린 영화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매튜 매커너히와 자레드 레토에게 각각 남우조연상, 남우주연상을 안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무려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제친걸 보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은 아무나에게 주는게 아닌가보다. 상영관도 별로 없는데 3월 6일 개봉이후 벌써 6만 관객을 돌파했다니 벌써 꽤 입소문이 난 것이 틀림없다. 

이 영화는 나쁜 남자로 살다가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고 살아남기 위해 FDA와 의료 시스템에 저항하는 주인공을 통해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게 때로는 재치있게 그려나간다. 에이즈, 게이, 트렌스젠더 등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담고 있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거부감이 없고 후반부로 갈수록 묘하게 두 남자에게 동화되는 걸 느낀다. 

매쏘드 연기의 결정판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란 극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 스타일을 말하는데 두 배우는 에이즈 환자라는 역할에 맞춰 각각 20kg, 15kg의 살을 빼고 신체의 변화를 준 것 뿐 아니라 죽음을 앞둔 절박하고 섬세한 감정 연기로 아카데미 상을 거머쥔다. 병세에 따라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말투나 걸음, 감정의 변화 등을 놀랄정도로 리얼하게 표현해 낸다. 

출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umix.kr

평소 동성애 혐오자인 전기 기술자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 분)는 여자, 로데오, 술, 마약 등 문란한 생활로 얻은 건 에이즈라는 형벌. 에이즈를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도부딘(AZT)를 복용해야 하는데 이는 아직 제약회사에서 임상 실험중인 약으로 에이즈 세포뿐 아니라 멀쩡한 세포도 공격하는 엄청난 후유증이 있다. 론이 그나마 안전성이 검증된 치료인 잘시타빈(ddC)과 펩타이드T를 멕시코에서 들여오려는데 미국 식약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이다.



사회적 약자와 개인의 대결
이때부터 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제약회사에 맞서 에이즈에 관한 자율 처방 권리를 주장하며 끈질긴 사투를 벌이게 된다.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도 개인이 시스템을 뛰어넘는 건 버거워 보인다.
대체 의학자인 (무면허) 멕시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새로운 약과 비타민 등을 함께 복용한 결과 한 달 시한부 인생이 7년까지 연장된다.
론은 자신 같은 사람들이 미허가된 약을 구할 방법을 생각하다 회원제를 운영해 돈을 벌게 되는데 이게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인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다. 론은 회원 가입비만 받고 약은 무료로 제공하면 불법이 아닐 줄 알았지만, 국세청의 감사로 모든 약을 압수당한다.  

이 영화가 시종일관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은 것은 재기발랄한 감독의 연출과 주인공인 론의 거친듯하지만 깊은 인간적인 매력 때문이다. 아름다운 여의사인 이브 삭스(제니퍼 가너)에게 꿋꿋이 대시할 때의 엉뚱하고 뻔뻔한 매력 - 예를 들면 식사 데이트를 하곤 자신의 엄마가 그린 꽃 그림을 선물한다거나 멕시코풍의 모자를 선물하며 처방전을 써달라고 할 때 - 은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살기 위해 동업을 하게 된 그의 파트너인 트렌스젠더인 레이언(자레드 레토)는 섬세한 감정선으로 죽음을 앞둔 트렌스젠더 역을 탁월하게 소화했다. 자신의 얼마나 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대신 전 세계를 누비며 치료제를 사모아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추진력있는 론의 모습도 멋지게 느껴진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야죠. 인생은 한번 뿐이에요. - 론이 이브와의 저녁식사에서

가끔은 살려고 노력하느라 진짜 살 시간이 없는것 같아.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지?


죽음을 앞둔 처절하고 절실한 삶에 대한 애착

여자를 좋아하고 청바지에 카이보이모자를 즐겨 쓰는 텍사스 마초 스타일의 주인공 론. 에이즈 선고 전까지는 에이즈 판정 후 의사에게 욕설을 날릴 정도로 
동성애 혐오론자였다. 그런 그가 병원에서 알게 된 레이언과 함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많은 동성애자들을 보면서 스스로 얼마나 편견에 갇혀 있었는지 깨닫는다. 주위 친구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수퍼에서 만난 옛 친구가 레이언과 악수를 꺼리는 걸 강제로 하게 한 사건을 계기로 둘은 깊은 신뢰를 하게 된다.

영화 말미에 정부에 맞서 환자 치료의 권리를 위해 법정 투쟁까지 불사하는 모습에서 '살기 위해 시작한 일'에 '신념을 갖고 하는 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다. 소송에 패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를 환호하며 맞아주던 친구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내일 당장 내게 죽음이 찾아온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걸 생각하는 가슴이 먹먹해 진다. 살아 있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2014)

Dallas Buyers Club 
8.8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매튜 매커너히, 제니퍼 가너, 자레드 레토, 달라스 로버츠, 스티브 잔
정보
드라마 | 미국 | 117 분 |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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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 역시 집 가까이 영화관이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이런 다양한 양화를 접하게 해 준 CGV에 감사~
- 아카데미 수상작은 반액 세일하는 이벤트까지! 영화 보여준 J양에게 감사를 ^^
- 영화 평론가 허지웅은 트위터로 이런 촌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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