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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감독 중 한 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를 보고왔다. 올해 제69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6번째 공식 초청된 작품이자 감독의 마지막 홈드라마라고 밝혀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다. 

나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바닷마을 다이어리 / 아무도 모른다 / 공기인형에 이어 5번째 챙겨본 영화이다.  

‘태풍이 지나가고’의 아버지 료타(아베 히로시)는 문학상을 탄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대박 작가’가 되기를 꿈꾸지만 지금은 남의 사생활을 캐는 사설탐정이다. 

자신을 대기만성형이라고 칭하는 료타는 가정을 돌보지 않아 결국 이혼까지 하고 약간의 도박까지 하며 양육비까지 밀린 상황. 이런 아들을 보면 복장이 터지는 엄마 요시코(키키 키린).

“서두르지 않으면 나 귀신 될 거야. 방 3개짜리 멘션에 살고 싶어~”라며 귀신 코스프레를 하는 장면은 정말 웃기다. 

그러던 어느날 태풍이 휘몰아친 밤, 헤어졌던 세 가족이 할머니의 집에서 예기치 못한 하룻밤을 보내며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아빠지만 한달에 한번 만나는 아들에게만은 루저로 남고 싶지 않은 아빠의 모습이 찡하다. 태풍이 불던 밤 료타의 (무능한) 아빠가 그랬듯이 놀이터 미끄럼틀 아래에서 과자를 나눠먹으며 나누던 대화가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 거장 감독의 인상적인 대사들. 짧지만 생각을 하게 한다. 

"내 인생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인 거지."
- 흥신소 의뢰인 한 명이 한 말. 료타가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여두는 말.

“네가 태어나던 해에 심은 화분이야. 꽃도 열매도 안 생기지만 다 세상에 필요한 거야” 
- 베란다 나무 화분을 응시하고 있는 료타에게 요시코가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를 가져야 남자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거야”
- 흥신소 사장이 료타에게

"사랑만으로 살 순 없어 어른은."
- 쿄코가 료타에게 

"안해보면 알수없어."
- 료타가 아들에게 

"삶은 단순해."
- 삶이 복잡하다는 료타의 말에 요시코가

"난 인생에서 바다보다 더 깊은 사랑을 해본 적 없어."
- 요시코가 료타에게

"쉽게 원하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 료타가 아들에게 

일본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아베 히로시(료타)도 인상적이었지만, 어머니 역할의 키키 키린(요시코)의 직구와 유머, 그리고 인생에 대한 통찰은 감독의 페르소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말하고 바로 아들에게

나 지금 엄청 멋진 말 했지? 메모 해, 메모.

라고 바로 말하던 어머니 너무 욱겨 ㅋㅋ

키키 키린은 그 중 5편의 영화(태풍이 지나가고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에 출연했을 정도로 감독이 신뢰하는 배우다. 

그녀가 인터뷰를 통해 원하던 삶을 살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한 것이 인상적이다. (남편과 45년째 별거중...) 

"누구든 인생의 어딘가에서, 꿈이나 이상을 포기할 때가 옵니다. 그렇다 해도 ‘아~차가 맛있구나’, ‘아~ 무사히 태풍이 지나갔구나’ 하고 사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어떤 현실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이 영화는 ‘지금 당신은 당신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얼마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장편인 '환상의 빛'을 상영한 데 이어 8월 4일에는 ‘걸어도 걸어도’(2009)가 국내에 재개봉한다니 역주행 한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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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별헤는밤 저 할머니는 앙 이라는 영화에도 나오는데, 여러가지로 많은 활동을 하나 봅니다. 2016.08.12 23:18 신고
  • 프로필사진 미돌 이 감독하고 여러 작품을 했더라구요. 우리나라로 치면 나문희나 고두심 같은 엄마 역할로 자주 나와요~ 2016.08.20 18: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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