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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영화관에서 본 스포트라이트는 정말 탄탄하고 완성도가 높은 저널리즘 영화라 무척 흡족했다. 나머진 몸이 아픈 이유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 상황이 되지 않아서 집에서 올레TV로 구매해서 본 일본 영화 두 편에 로맨스 영화 1편이다. 요즘은 블럭버스터를 보려면 어쩐지 부담스러운 기분이 든다. 인생이 어디 영화처럼 그리 스펙타클하고 화려하기만 하단 말인가. 

로맨스나 SF영화보다 리얼리즘이나 실화 영화가 더 당기는 것도 나이탓인가...

1. 스포트라이트 - 2015 

무거운 영화는 잘 보지 않는 나지만 저널리즘이나 미디어에 대한 영화라면 직업적으로 관심이 가서 보게 된다.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3대 일간지인 보스턴 글로브가 다루었던 충격적인 기사에 관한 실화(2002년 카톨릭 보스턴 사제 아동 성추행 사건)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한국의 도가니 같은 고발성 영화에 가깝다. 다만 피해자의 시각이 아닌 미디어의 시각으로 냉철하게 전하는 것이 다르다. 

2002년,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팀은 새로 부임한 편집장 배런(독신의 유태인)의 지시로 30년간 수십 명의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지역 교구 신부를 심층취재하게 된다. 가톨릭계의 거센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이들은 그동안 은폐되어 있던 교회의 관행과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사건의 파장과 무게감이 큰 만큼 피해자 및 가해자부터 변호사, 추기경 등 스캔들에 연루된 사람들과 접촉하고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팀은 궁지에 몰릴수록 기지를 발휘하며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마침내 보스턴 지역에서만 약 90명의 사제들이 아동 성추행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게 된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은 역시 저널리스트들의 의무와 자세를 말하는 곳이다. 모든 사람들이 숭배하는 카톨릭이라는 거대한 종교 단체를 대상으로 취재를 감행하는 스포트라이트팀의 기자들은 우리 일상 속의 영웅들이다. 스포트라이트 팀의 성취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개인의 문제로 귀결시키지 않고 사건을 은폐한 시스템과 침묵했던 언론, 그리고 알면서도 방조한 우리 주위의 아웃을 향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직업 윤리라는 것이 있다. 변호사는 변호사대로 기자는 기자대로 주교는 주교대로 홍보를 하는 사람은 홍보를 하는 사람대로. 나는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항변하는 변호사 친구가 그러는 언론 너희들은 더 빨리 파헤치지 않고 뭘 했냐고 다그치는 장면에서 망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든다. 나의 직업 윤리가 과연 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는가. 

누구나 자신의 직업적 신념을 갖고 일하지만 너무 많은 일이 몰려들어서 바쁘고 힘들어서 위에서 압력을 가해서 등등 많은 이유로 눈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실적 제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세상을 변화시켜나가는 이들의 쉽지 않은 과정을 냉철하게 담은 영화이다.    

요즘처럼 속보 경쟁으로 미디어의 윤리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어뷰징에 목을 매는 언론들의 행태를 보면 탐사보도를 통해 사회를 바꿔나가는 스포트라이트 팀이야말로 진정한 저널리스트들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신문이 찍혀 나간 뒤 인터넷에 댓글과 제보 전화번호를 넣었다는 말에 웃음이~ 불과 2002년인데 10년간 미디어의 변화가 얼마나 놀라운가 ^^) 

'비긴어게인'에서 호감을 받았던 마크 러팔로와 '어바웃 타임'의 사랑스러운 그녀 레이첼 맥아담스와 '버드맨'의 마이클 키튼 등 어마어마한 기자들의 연기 조합이 아주 물흐르듯이 좋다. 나도 이런 맘이 맞고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며 팀워크를 발휘하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정도다. (골치거리 변호사에게 마크를 보내면서 상사가 맞대응이라고 한 장면에서 정말 큰 웃음 ㅋㅋ)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론에 대한, 그 쉽지 않은 과정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영화.

진실을 파헤치는 심층 저널리즘의 정수를 보여준 묵직한 영화.

줄거리 명대사 

그들은 알면서 이런 일이 생기게 놔뒀어요. 당신의 아이가 당할 수도 있었고, 내 아이가 당할 수도 이었고, 누구든 당할 수 있었어요!_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러팔로)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에요._미첼 개러비디언(스탠리 투치)

우린 늘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가요. 갑자기 불을 켜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죠._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

이런걸 파헤치는 게 언론의 역할인가요?라는 판사의 질문에 이걸 밝히지 않으면 그게 언론인입니까?_마이크 레젠데스
(마크 러팔로)

사과 몇 알 썩었다고 상자 째 버릴 순 없잖나._ 피트 콘리폴(가일 포일)

샤샤가 성추행 신부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가 그 사실을 시인받고 돌아가는 길에 주위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노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내 주변의 불의에 눈감지 말자. 그러다보면 그 피해가 나와 우리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끔찍한 경고가 들리는 듯했다.  

그나저나 내가 영화관에서 재밌게 영화를 보는 것 같은지 옆의 나이 지긋한 노년의 아주머니가 이렇게 진지한 영화인데 어디가 재밌냐고 물어봐셔서 좀 난감했다. ㅠ 


2. 셜록(유령신부) - 2016 

<셜록: 유령신부>는 <BBC>의 신년 스페셜이자 20여개국 한정 극장 개봉작이다. <셜록>을 사랑하는 셜록키언들을 위한 풍성환 볼거리로 돌아온 영화랄까. 셜록을 원작에 가까운 빅토리아 시대로 돌려보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으로 개봉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죽은 리콜레티 부인이 되살아나 남편을 살해하는 기묘한 일이 발생한다. 심지어 ‘유령신부’는 다른 집 남편까지 응징하겠노라 예고한다. 카마이클 부인은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존(마틴 프리먼)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하고, 둘은 메리(아만다 애빙턴)의 도움으로 유령신부가 여성 참정권 운동과 관련된 비밀 결사임을 알게 된다.

줄거리의 짜임새는TV 시리즈보다 허술하고 볼거리에 치중한듯해서 좀 실망스러웠다. <셜록: 유령신부>에서 사용된 단어와 표현, 소품 등은 TV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많다. 팬이 아니라면 그 섬세한 힌트를 눈치채지 못하고 뭐지? 하는 기분이 들만한 장면이 많았지만 나로선 무척 재밌는 패러디였다고 생각한다.  

역사에 실재했던 여성 참정권 운동과 가상의 유령신부 사건은 여성 팬을 위한 서비스였나 싶기도 하지만.... 팬으로선 감읍할 따름이지. 


3.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 もらとりあむタマ子, Tamako in Moratorium, 2013



즐겨보는 올레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고 충동 구매해서 본 영화. 많은 일본 영화가 그러하듯이 특별한 사건도 특별한 배우도 없이 대학졸업 후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다마코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 옆 작은 집에서 하루 종일 먹고 자고 만화 보기 등 빈둥빈둥 잉여 라이프를 즐기는 다마코. 

봄이 되자 면접용 옷도 사고 머리도 하는 등 약간의 의지를 보이지만, 여전히 빈둥거리기만 하니 아버지는 속이 탄다. 그러다 아버지의 재혼 상대를 만나고 학창시절 동창들과 마주치면서 뭔가 심경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는 다마코.  

우리 모두 경쟁에 내몰리는 요즘 같은 시대에 정체기라는 의미의 '모라토리움기'란 재밌는 재목으로 잉여 청춘을 위한 응원가 같은 영화랄까.

누구에게나 자신의 만의 속도가 있다고 말하는 영화. 20대의 방황이란 그렇게 이쁘게 보이던 예쁜 성장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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