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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과 12월에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 상황이 되지 않아서 주로 집에서 올레TV로 구매해서 보았다. 일본 영화 두 편에 로맨스 영화 1편이다. 요즘은 블럭버스터를 보려면 어쩐지 부담스러운 기분이 든다. 인생이 어디 영화처럼 그리 스펙타클하고 화려하기만 하단 말인가. 

1. 바닷마을 다이어리(海街diary, Our Little Sister) - 2015 

공기인형 (Air Doll, 2009)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Like Father, Like Son, 2013)를 보고 좋아하게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을 놓치기 싫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영화관을 찾았다. (절반은 허리 아파서 서서 봤지만 ㅠㅠ )

이번에도 그의 테마는 가족이다. 비록 어릴적 집을 떠나 소식이 끊긴 세번 결혼한 아버지와 그런 세자매를 두고 새출발한 어머니 덕분에 세 자매끼리 살아가는 불완전한 가족 이야기지만 말이다. 엄마 역할을 하면서도 아내가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첫째 사치(아야세 하루카), 열정적으로 먹고, 싸우고 사랑하는 둘째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귀엽고 활달하지만 아빠와의 추억이 없는 막내 치카(가호). 이들 세 자매는 무덤덤하게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만난 스즈(히로세 스즈)라는 이름의 이복동생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요시다 아카미가 그린 동명의 원작 만화에서 이복자매들이 하나의 ‘가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로 배치하고 있다.  

계절이 여름과 가을 겨울 다시 여름이 되면서 바닷가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인상적이다. 집 바로 옆으로 다니는 철길과 기차, 초록의 정원과 여름이면 담그는 매실주, 잔멸치 덮밥과 소보와 튀김 같은 음식들이 오래된 목조 건물들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으로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깊이 남을 것 같다.

특히, "나의 존재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된다"며 언니들앞에서 엄마와 아빠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속깊은 막내 스즈에게 엄마 얘기를 해도 된다며 꼭 안아주는 큰언니 사치의 모습에서 진정어린 가족간의 화해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두번의 장례식 중 아버지의 그것은 의례적인데 비해 마을 식당 아주머니(어릴적부터 자주 밥을 대먹던)의 두번째 장례식은 우리 인생에서 죽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세자매가 죽을 때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장면이 무얼까 라는 얘기를 하는 장면에서 사치가 "나는 우리집 마루가 가장 기억이 날 것 같다"고 한 대사가 가장 공감이 간다. 그곳에서 먹고 이야기하고 공부하고 서로 함께 한 추억이 모두 남아있으니 말이다. 나에게는 생의 마지막에 어떤 장면이 남을까? 

(덧) 카세 료가 둘째 요시노의 은행 과장으로 단역 등장하는 것도 반가움! 


2. 로맨틱 홀리데이(The Holiday) 2006

얼마전 <인턴>으로 대박을 낸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미국의 로맨틱 코메디의 대모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전성기인 2006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로맨틱 홀리데이>라는 작품을 뒤늦게 감상했다. 카메론 디아즈에 케이트 윈슬렛, 주드 로까지 매력적인 훈남 훈녀들이 외롭다고 징징대는 영화가 참 현실적이다. 6천 마일이나 떨어진 L.A와 런던 인근의 서레이(캐리 그랜트의 고향)에 사는 두 여자가 온라인상에서 ‘홈 익스체인지 휴가’를 보낸다는 다분히 황당한 설정의 영화인데 은근히 빠져드는 재미가 있다. (최근의 에어비엔비의 비즈니스 모델이 혹시 여기서 힌트를 얻은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L.A에서 1년에 무려 75편의 영화예고편을 제작하는 잘 나가는 성공녀 아만다(카메론 디아즈)는 아름다운 외모에 화려한 인맥 등 부족함이 없지만 연애 문제만큼은 잘 풀리지 않는다. 예쁜 오두막집에서 벽난로 옆에서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마시며 혼자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마음먹고 떠난 그녀 앞에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의 매력적인 오빠 그레엄(쥬드 로)이 불쑥 찾아온다. 첫눈에 호감을 느낀 둘은 조심스럽게 데이트를 시작하지만 알고보니 그는 두 딸아이를 둔 상처한 홀아비 작가! 15살 이후 운적이 없는 독한 그녀와 굉장한 울보 남자 그레엄의 연애가 시작된다. 

인기 웨딩 칼럼을 연재하는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는 순수하고 착한 심성을 여자지만, 같은 직장의 편집장과 3년간 비밀연애를 하다 다른 여자에게 빼앗기는 상처를 받고 L.A 아만다의 집으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아만다의 친구이자 영화음악 작곡가인 마일스(잭 블랙)를 만나 특별한 사랑을 키운다. 

크리스마스답게 여기저기 로맨스가 난무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사랑에 대한 금언이 도처에 등장하여 공감대를 높여준다. 10년이 지난 영화라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재기발랄하다. 

  • 사랑은 별 이유없이 사그러든다. _아만다 

  • 스트레스를 받은 여자는 DNA가 손상되고 폭삭 늙는데. _ 아만다

  • 영화에서 보면 주연 여배우가 있고, 옆에는 친한 친구가 있기 마련이잖소. 당신은 확실히 주연 여배우 감이오. 하지만 지금은 조연인 친구 역할처럼 행동하고 있어요. _아서 애봇 (옆집 유명 작가 할아버지)

  • 남자에게 항상 상처를 받는건 내쪽이면서도, 내가 잘못한게 없는지, 혹시 오해한게 없는지, 곱씹어가며 나를 상처주고는 내탓인양 그래왔어요. 끝까지 착각을 해가면서 말이죠. _아이리스 

  • 넌 한번도 날 제대로 대접한 적이 없었어. 넌 내 마음을 아프게 해놓고 그게 내 잘못인양, 내가 오해한 것인양 행동했어. 내가 널 너무 사랑한 댓가로 나 자신을 벌주고 있었던거야, 수년동안을! 이젠 이말 꼭 해야겠어. 끝났어!!(It's over!!) _ 아이리스

  •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여행의 종착역이 곧 사랑이라고... 사랑하면 눈이 먼다는 말도 있다... 그 말 또한 만고불변의 진리다. _ 아이리스

  • 전 구식이 좋아요. 늘 구식을 추구하며 살죠. _ 마일스 


3. 내일의 기억(明日の記憶, Memories Of Tomorrow) - 2006

중견 광고회사에 다니는 49세의 광고부장 ‘사에키’(와타나베 켄)은 어느날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병원에 갔다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일에 있어서만은 완벽함을 추구하며 때론 엄격하게 때론 자상한 상사로 회사에서도 인기가 높다. 외동딸을 둔 그는 집에서는 더 없이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이다.

클라이언트와의 회의시간을 잊어버리고, 미팅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사람들의 이름마저 잊어버리는 등 점점 기억을 잃어가면서 정상적인 회사생활을 하지못하게 된다.

믿었던 후배가 자신의 병을 소문내면서 자리를 잃게되고 "26년의 직장생활이 이렇게 끝날 줄 몰랐다"며 쓸쓸히 돌아선다. 아...갑자기 감정이입이 확 되는 건 왜일까 ㅠㅠ 

‘사에키’는 결국 회사도 관둔 채 아내와 단둘이 지내며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인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소중한 추억들을 조금씩 잃어가면서....

아내 사에키는 기억을 잃어가는 남편을 대신해 일을 나가고, 남편을 돌보느라 자신의 생활도 포기한다. 점점 악화되는 남편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도 끝까지 함께하는 그녀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라면 과연 그럴수 있을까?

내가 내 자신을 잃게되도 태연할까?사에키 마사유키 

난 사에키 마사유키라고 합니다. 당신이름은?사에키 마사유키 

미안합니다. 당신을 잊어서 미안합니다. 잊으면 안되는데 잊으면 슬픈데. 내가 당신에게 아픔을 주는거 같네요.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_ 사에키 마사유키 

인체는 처음 십수년을 제외하고는 멸망해 갈 뿐입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리가 없잖아요! 사에키상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세요. 포기하지 않길 바랍니다! _ 의사, 요시다 다케히로 오이카와 미츠히로


10년만에 개봉한 <스타워즈>와 강동원이 주연한 <검은 사제들>을 보고 싶지만, 여의치가 않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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