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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난해한 인터스텔라(성간, 星間, Interstellar, 상영시간 169분)여행을 감행하는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았다. 헐리웃 영화를 보지 않는 나도 웰메이드 SF 영화는 놓치지 않는터라 12세 이상 관람영화지만, 아들과 함께 오랫만에 세가족이 의기투합해서 보기로 했다. (보통 세 가족의 영화 취향을 모두 맞추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토요일 당일 아침에 예매가 안되어서 여의도와 타임스퀘어에서 못보고 롯데 영등포에서 볼 정도로 인기가 정말 뜨거웠다. 예매율 무려  80%라니!!! 짜릿한 두뇌 게임 <메멘토>, 꿈을 훔치는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를 소재로 한 <인셉션>을 이미 본터라 기대는 더욱 높았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역시 내 기대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 줄거리 

황폐해진 지구와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어느 시골 마을. 전직 우주 비행사인 쿠퍼(매튜 맥커너히 역)는 과학보다 먹기살기 급급해진 상황에서 옥수수를 재배하며 어린 딸 아들을 홀로 키우며 농부로 살아간다. 그러다 해체된 줄 알았던 NASA의 브랜드 박사를 만나게 되면서 우주로 떠나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된다. 희망 없는 지구 대신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인류를 구해야 하는 임무를 위해 딸을 비롯한 사랑하는 가족들을 뒤로 한 채 우주로 떠난다. 



<인터스텔라>는 2006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시작했다가 2009년 스필버그의 드림웍스가 파라마운트에서 디즈니로 옮겨가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스필버그가 크리스토퍼 놀란의 동생 조너선 놀란에게 <인터스텔라>의 각본 작업을 맡겼다가 놀란 감독이 관심을 보이면서 놀란 형제의 작품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스필버그 감독 연출보다는 놀란 감독을 좋아한다. 영화란 것이 화려한 특수 효과 말고 감독의 세계관이나 철학이 지배하는 영역이 더 큰 법이니까.

덕분에 다소 난해해지긴 했지만,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더 많이 남겨준 영화기도 했다. 

이론으로 존재하는 웜홀과 화성, 토성 등의 행성,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의 내부를 화려한 시각효과로 담았다. 토성 근처의 '웜홀(시공간의 두 곳을 잇는 좁은 통로를 뜻하는 과학 용어로, 일종의 성간여행의 지름길)'을 통해 연결된 다른 은하와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는 여정. 놀란 감독이 상상속의 우주를 시각화한 얼음행성과 물의 행성, 블랙홀과 5차원 공간 등 시간과 공간의 확장은 어마어마하다. 이토록 광활한 우주에서 인간은 얼마나 티클만큼 미미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1억6500만 달러(약 1700억원)의 제작비와 6개월간의 촬영, 이것이 대박 스케일이다!!!  

<인터스텔라>의 항로는 상대성(relativity)에 지배받는 인물 사이의 관계(relation)에 맞춰진다. 중력이 강한 우주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우주 공간에서의 1시간이 지구에서 7년쯤 된다는 상대성 이론에 의해, 쿠퍼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지구의 가족들은 20여년의 세월을 보낸 후 124살이나 먹은 (젊은 모습인) 채로 지구로 돌아온다. 시간 뿐만 아니라 4차원, 5차원 공간을 넘나들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울러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생사를 넘나든 우주 여행을 통해 결국 그가 깨달은 것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라는 것.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직 가족을 절대선으로 삼는 헐리웃 영화의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조금 아쉽다. 주인공이 우주에서 살아온 불사조라는게 좀 거슬리지만, 뭐 영화니까 ^^ (개인적으로 스토리라인이나 리얼리티는 그래비티가 좀 더  친절한듯.)

놀란 감독의 SF물에서는 보기 드물게 '가족 멜로'라는 선택을 한 건 보다 더 많은 관객을 의식한 것일까?

이 영화에서 여러번 반복되어 나오는 1930년대 영국 웨일즈의 시인 딜런 토마스의 시를 통해 후손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린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세요(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않으리. 노인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해요. 분노하고, 분노해요. 사라져가는 빛에 대해 현자들은 어둠이 이길 것을 알지만 그 말이 진리라는 것은 알지 못하기에 순순히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않아요.’ 

 # 관전 포인트 

  1.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감성 영화 
    놀란은 전작인 <인센셥>에서는 뇌 속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마음속을 탐험하더니 이번 영화는 우주라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구 바깥에서, 은하계에서 인간을 바라본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심이 여전히 인간이라는 것과 그에게 리얼리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따스함과 스탠리 큐브릭의 명석함이 모두 담겨 있다”는 평가를 얻을 만하다. 

    <인터스텔라>는 어쩌면 이제껏 우리가 본 놀란의 영화 중 가장 따스한 감성을 품은 영화가 될 것 같다. 딸에게 "STAY"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5차원의 서재 공간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가슴 찡하게 와 닿는다. 




  2. 과학과 공상 사이 

    영화는 우주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가는 시공간의 틈인 웜홀(worm hole)을 통해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손의 이론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감독의 동생인 조너선 놀란은 4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리면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상대성 이론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촬영 기간만 6개월에 디지털이 아닌 35㎜, 70mm 필름으로 촬영한 감독의 뚝심이 대단하다. 



    우주 속 모든 공간은 모두 상상이지만, 놀란 감독은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려 <인터스텔라>를 만들었다고. 아이러니하게도 실사에 가까운 연출을 위해 그래픽보다는 실제 자연 경관을 그대로 활용한 장면이 많았다고. 캐나다의 앨버타, 아이슬란드, 로스앤젤레스 등 인공미가 최대한 배제된 곳을 무대로 삼았다. 실사를 중시하는 감독의 고집으로 30만 평의 옥수수 농장을 6개월간 재배한 후 불태운 것이라니 그 세심함에 깜짝 놀라겠다. 그는 여전히 쇼킹한 비주얼과 엄청난 스케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이를테면, 토성의 띠를 인듀어런스호가 지나는 장면, 블랙홀을 통과하는 장면, 새로운 행성에서 만난 집체만한 파도, 목성 정거장에서 깨어났을 때 땅이 뒤집어진 3차원의 공간, 딸과 소통하는 5차원의 공간 등 볼거리는 열 손가락에 손에 꼽기 힘들 정도. 이정도면 영화 값이 아깝지는 않다.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나도 기회가 되면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입이 떡 벌어지던 거대한 목성의 띠를 다시 보고 싶다. 

  3. 보석을 발견하는 눈 
    지난 해 영화 중 인상적으로 본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주인공 매튜 매커너헤이의 연기가 제 옷을 입은 듯하다. 카우보이 모자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에게 우주복을 입히다니..그러나 사실은 이 영화에 먼저 캐스팅이 되었다고. 이 영화에 출현하는 조연 포함 5명이 아카데미 상 수상 경력이 있다니 놀란 감독의 캐스팅 능력 대~단하다.



    이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까지 했으니 처음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 이름에 의심을 품기도 했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 맷 데이먼이 여기선 조연인 '닥터 만' 역할로 인상적인 반전 연기를 선보여 흥미롭다. 앤 해서웨이도 공주에서 벗어나 커트머리의 박사로 분해 비현실적인 외모가 무색할 만큼 열연을 펼친다.

    # 인터스텔라 타임라인


인터스텔라 (2014)

Interstellar 
8.2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정보
SF | 미국 | 169 분 | 2014-11-06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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