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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꽃 축제, 불꽃 축제, 각종 박람회와 체험 행사로 온통 북적인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조용하고 한적한 북페어를 찾아보기로 했다. 홍대 와우 북페는 지난해 가봤으나 별게 없어서 올해는 다시 파주로 향했다. 

파주는 이제 예술가의 마을인 헤이리와 파주출판도시, 영어마을로 대변된다. 그 중 파주의 서쪽 한강변에 위치한 문발동에는 예술적 감각으로 조성된 파주출판도시(Paju Bookcity)가 자리하고 있다. 파주출판도시의 정식 명칭은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로 출판문화산업 발전을 위해 민간이 주도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산업단지로 출판사, 인쇄사, 제본사 등 300여 개 업체가 위치해 있다. 내 절친 중 한명도 이 출판도시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기 올때마다 넓은 대지에 독특한 스토리가 있는 건축물과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 항상 부러웠다. 나중에 은퇴(?)란걸 하게되면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 같은 걸 하면서 말이다.  

2년전인 2012년에는 좀 늦게와서 폐막 시간에 간당간당해서 본관 건물격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를 둘러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집중적으로 둘러보고 왔다. 무엇보다 1층에 자리한 도서관 <지혜의 숲>은 꼭 가보리라 벼르던 곳이었다. 2001년 건축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출판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국제 북페어를 비롯해 국제 서적, 학술교류 활동을 지원할 다목적홀, 대회의장과 함께 공연, 전시 등 다목적 문화행사 수행을 위한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책도 많지만, 카페나 야외 공간도 넓직해서 일반인들에게는 쉼과 휴식의 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기도 하다. 

2012/09/17 - [Bookmark] - 파주북소리 2012 축제 현장을 다녀와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결론적으로 올해 파주 북소리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교보문고에서 90%할인을 내세워 인파는 대거 몰렸지만, 가격적 혜택은 온라인과 별 차이가 없었고, 출판사들도 재고 떨이 세일을 하는 마음으로 북페어에 참여하는 것 같아서다. 화려한 프로그램 홍보와 달리 볼만한 건 별로 없고, 2년전과 인프라나 교통 개선은 거의 안된 것 같고, 간식 마당이나 플리마켓 등 부대시설은 더욱 실속이 없어져서 형편이 없다. 심지어 행사 홈페이지(http://www.pajubooksori.org)도 업데이트가 잘 안되어 새로운 소식을 얻기 어려웠다. 다만, 위안을 삼은 것은 오래도록 눌러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지혜의 숲>을 둘러보고 멋진 북카페를 발견했다는 것 정도이다. 

그나마 쨍한 가을 햇살이 나를 위로해 주는 주말 나들이였다.   

파주북소리 2014


  • 사람과 책,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곳
  • 수십만 독자가 모여 함께 토론하는 지식유희의 축제
기간
2014년 10월 3일 ~ 10월 12일
장소
파주출판도시 일원











  CANON 100D Lens 18~55mm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의 대규모 플래카드만이 북소리 행사를 알리고 있었다.   

지혜의 숲 1,2,3 세군데 있고 이벤트홀에서 주로 강연 등이 열린다. 
아래는 서울에서 파주 출판도시로 오는 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앞에서 전기차 티켓을 사면 전체 행사장을 돌며 편리하게 구경할 수 있다. 

응칠교는 안중근 의사의 어릴적 이름인 '응칠'을 따 붙인 다리 이름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씀을 남기셨으니 파주 북소리의 홍보 대사라 할만하다. ㅎㅎ 


일요일에 열리는 선데이 마켓은 직접 만든 물건이나 쓰던 물건을 가져와 파는데 아이템이 적어 건질만한게 별로 없었다. ㅠ

자~ 그럼 오늘의 본론인 <지혜의 숲> 구경에 들어가시겠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자리한 <지혜의 숲>은 2014년 6월 개관한 도서관이다. 주로 국내 학자, 지식인, 전문가들이 기증한 도서가 기증자별로 꽂혀있고, 두번째와 세번째 섹터에는 출판사와 서점에서 기증한 책이 꽂혀있다. 현재 확보한 양이 50만권에 달하고 장차 100만권을 목표로 한다고. 서가 면적은 1244㎡이고 길이는 3.1㎞에 달하며, 높이 8m 14단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천정까지 꽉 채운 책들의 장엄한 자태에 입이 쩍 벌어지고, 그 뒤로 드는 의문은 높은 곳의 책은 어떻게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권독사들의 말에 따르면, 10단 이상의 책은 볼 수 없으니 디카로 찍어 확대해 본 후 말해주면 직원들이 꺼내준다고 한다. 참으로 번거롭고 비현실적인 서가이지만, 멋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곳은 도서관처럼 회원 가입 절차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외부로 대출은 불가하다.

멀고 먼 파주까지 와서 하루종일 죽치고 책을 본다고 해봐야 얼마 보지도 못할텐데 눈으로만 한껏 포만감을 느끼고 왔다. 누군가는 이 전시용 도서관을 두고 인증샷 찍기 좋아하는 ‘소비로서의 중산층 교양문화’의 집적체라고 비꼬기도 했던데 이런 구경거리를 유치해서라도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면 나쁜 기획은 아닌 것 같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이 한 켠에 전시되어 있어 반가운 마음에 한 컷!


지혜의 숲 한 가운데에는 카페 인포테크가 지리하고 있어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는 테이블이 많이 놓여있어 보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꺼내 볼 수 있는 구조이다. 







대강당에서는 각종 인문학 강연과 전시회, 저자 사인회 등이 열리고 있었다.

출판단지 중심에 위치한 출판문화센터 1층 '지혜의 숲' 도서관에는 장서가 7명이 내놓은 고서들을 모아 놓은 '7인7색 고서들'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축제 기간 내내 오후 2시 소장가들이 직접 설명회를 연다고 하니 시간에 맞춰 가보시기 바란다. 

 

윤형두 범우사 회장이 변조 논쟁 이전에 제작된 광개토대왕비문의 초기 탁본 4점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힘찬 글씨가 옛 고구려인들의 기상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우측 하단의 사진의 세로 걸개 그림) 

여승구 화봉문고 대표는 1861년에 제작된 채색 대동여지도 22첩 완질을 출품했다. 목판 인쇄 후 각종 기호에 채색을 해 가독성을 높인 것이다. 이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혈의 누', '은세계' 등 신소설 작품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19세기 후반 영국의 토털 아티스트 윌리엄 모리스와 프랑스 풍자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가 담긴 고서들을 선보였는데 척 보기에도 오래된 책들이 어찌나 고급지던지~ 


길 건너 출판단지에는 출판사들이 개별적으로 준비한 할인 행사들과 저자와의 만남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래 사진은 한길사)   



김영사에 들러 아이책도 사고 나는 하루키 책을 또 사모으고 말았다. ㅠㅠ 

책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태양계 지도를 들고 아이는 신이 났다. 


파주 북소리에는 이렇게 작고 아기자기한 북카페도 많다. 이곳은 효형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로 통창을 열고 바깥 공기가 그대로 들어가는 구조가 좋다. 



이날의 득템들.  



아이가 어릴적에는 아이 책을 사기 바빴는데 이제는 축제를 즐기고 싶어도 흥이 나질 않아서 영 아쉬웠다. 많은 국내외 문인들과 출판인들이 참여하는 축제이니만큼 좀 더 참신한 기획으로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북소리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멋진 예술같은 건물들이 아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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