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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16번째 영화 '자유의 언덕'이 추석 즈음에 개봉했다. 개봉 직전에 들려온 제 71회 베니스영화제 참가 소식은 결국 불발되었지만, 국내에서는 개봉 4일만에 1만을 돌파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나는 추석 연휴 전전날, 한가로움을 만끽하고자 오후 1시 20분~2시 35분까지 여의도 CGV 무비꼴라주에서 혼자서 이 영화를 보았다. 67분의 짧은 러닝타임, 촌스런 느낌의 자막, 줌인 줌아웃의 화면 전환, 과도한 롱테이크 등이 꽤나 복고적인 느낌을 주는 편집은 여전히 홍상수 스타일을 느끼게 해 준다. 2011년 재밌게 보았던 '북촌방향' 이후 또다시 북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점도 '시간'과 '꿈'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비웃어줄 영화라는 점이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자유의 언덕 (2014)

Hill of Freedom 
 7.2
감독
홍상수
출연
카세 료문소리서영화김의성윤여정
정보
| 한국 | 67 분 | 2014-09-04


'자유의 언덕'은 인생에 중요했던 한 여인인 '권'을 찾기 위해 한국을 찾은 '모리'가 서울 북촌의 휴안이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낸 며칠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제목인 '지우가오카 핫초메'라는 실존하는 북촌의 카페를 배경으로 했는데, 영어로 표기된 카페이름 ‘JIYUGAOKA(8丁目)’는 일본 동경 메구로구에 있는 지명 自由が丘(8丁目)을 가리킨다고.

홍상수 감독이 그동안 함께 작업해 온 문소리, 김의성과 같은 익숙한 배우들 외에 낯선 남자 배우가 눈에 띈다. 카세 료라는 배우의 독특한 느낌(일본 남자 특유의 유약하면서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때문인지 현실과 꿈 사이를 오가는 '모리' 역할에 잘 어울리는 듯하다. (이 청년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부모에게 방치된 아이들이 배가 고파 편의점을 갔을 때 나온 점원 역할이었다니 ㅎㅎ) 

카세 료는 홍감독의 팬으로, 홍 감독이 일본을 방문을 했을 때 인터뷰를 한 계기로 만나게 되어 제일 처음으로 캐스팅이 되었다고. 일본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연기파 배우 카세 료의 매력은 신선한 발견이다. 그는 촬영 당일에 대본이 나오는 상황에 익숙해져야 했고, 1년에 한번 따뜻한 정종 한잔 정도 마신다는 소박한 주량임에도 불구하고 촬영기간 내내 1년간 먹을 술을 다 마셨다고 한다. 

'하하하'의 문소리는 카페 주인으로 신스틸러로 작품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기주봉이 정은채의 아버지로, ‘우리 선희’의 이민우가 문소리의 남자친구 역으로, 윤여정이 게스트 하우스 주인 역에 , 빚독촉에 쫒기는 그녀의 조카 역할에 김의성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해원 역 정은채가 외국인과 눈이 맞아 가출한 딸 역할로 출연한다. 

줄거리 
홍상수 감독의 신작 <자유의 언덕> 주인공 모리(加瀬亮, (카세 료 분)는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일본인이다. 전 여친 권(서영화 분)을 다시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모리는 권이 사는 집 근처의 게스트 하우스에 머문다. 그러던 중 모리는 ‘자유의 언덕’이란 카페의 애완견 ‘꾸미’를 찾아주게 되면서 여주인 영선(문소리)과 가까워지고 잠자리까지 한다. 게스트하우스 여주인(윤여정 분), 그녀의 조카 상원(김의성 분)과 교류하면서 권을 기다리며, 권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남긴다. 


한국에서 강사 생활을 하던 시절, 권의 용기있는 행동에 감명을 받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여자'로 기억하고 2년 후 다시 한국으로 그녀를 다시 찾아 온 모리. 이곳에서 보낸  2주일의 사건이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모리가 돌아간 후 권이 돌아와 모리가 남긴 편지를 계단에서 떨어뜨리는 바람에 시간이 뒤죽박죽, 한장은 분실하면서 이 영화는 혼돈으로 빠져든다.  

'다른 나라에서'(2012) 이후 영화에 외국인들이 종종 등장하더니 이번 영화에서는 아예 주인공이 일본인이고 대사 대부분이 영어이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영어권사람들이 쓰는 일상생활영어와 달리 핵심적인 단어를 사용하다보니 대화가 직설적일수밖에 없어 무례한 느낌마저 든다.  

모리는 영선과의 사랑에 닳고 닳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남녀가 감정에 계산적이면서 세속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엔 지고지순해보이던 모리의 사랑도 요양을 하러간 권이 나타나지 않자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찌질함 그 자체로 변모한다. 권을 만나고 싶은 꿈을 안고 2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모리는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 역시 꿈 속에서 헤맨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현실과 꿈의 구분까지도 애매해진다. 모리를 통해 관객들은 꿈과 현실을 딱 부러지게 나눌 수 없다는 진실을 경험하게 된다. 모리는 결국 떠나기 전날 그가 그렇게도 찾았던 권이 편지를 읽고 남긴 메모를 보고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결혼에 골인, 1남 1녀를 낳고 잘 살고 있다는 결말도 현실인지 꿈인지 모호하다. 이동진 평론가는 영화의 결말을 크게 세 가지로 추측다고. (1)해피엔딩 장면이 현실이다. (2)해피엔딩은 권의 상상이다. (3)해피엔딩은 모리의 꿈이다. 홍상수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보는 사람이 마음대로 봐도 되는 영화다”라고 표현했다니 결국 결혼은 관객의 몫이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만나지 못하고 머릿 속에서 상상하며 지나치게 이상화시켜 그리는 여인이 있고,
현실에서 같이 먹고 자고 숨쉬고 만질 수 있는 여인이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그나저나 냉소적이던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참 따뜻하고 쓸쓸해 진 것 같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달까...어느새 그도 노감독이 되어버렸구나.

 영선을 바라보며 깊은 눈빛과 미소를 보내는 모리. 이런 멋진 남자라면 사랑에 빠질 것 같다 ㅋㅋ 

[덧] 

- 주인공 모리가 실제로 북촌을 누비며 여행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생생함 때문에 북촌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질 듯하다.
- 모리가 늘 지니고 다니는 책 속 구절 "
시간은 우리가 흔히 아는 탁자 같은 물건처럼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가 한줄 주제!
- 영화 속 인물들이 '괜찮으세요?'라는 말이 나를 향해 묻는 말처럼 들린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자유의 언덕’에 ‘별 네 개 반(5개 만점)’의 평점을 주며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오는 동화같은 영화”라고 극찬했다고. 
  (이동진 블로그 : http://blog.naver.com/lifeisntcool/220117374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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