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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토록 우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주도면밀한 스릴러 러브 스토리를 본적이 있던가.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신작 '베스트 오퍼'는 반전이 숨겨진 매우 치밀한 미스터리물이다. ‘베스트 오퍼’란 미술품 경매에서 최고 제시액이자, 인생과 맞바꿀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났을 때 제시하는 최고가를 의미한다.

보통 영화는 감독을 믿고 선택하는 편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인 '올드먼'역의 '제프리 러쉬'와 배두나의 남친으로 더 유명한 '짐 스터게스'가 '로버트'역을 맡아 배우들이 내 호기심을 먼저 끌었다. (이 영화의 주제가 '호기심'과 맞닿아 있다.)

영화에서 최고의 경매사로 등장하는 올드먼(제프리 러쉬)는  <킹스 스피치>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평생을 모태솔로로 괴팍하고 폐쇄적으로 살아온 그의 유일한 취미인 '여성 초상화 수집'는 이 영화 스토리의 주요 중심 축이다. 장갑을 끼고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비밀의 방에 보관된 수백개의 여성들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를 보면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는 느낌이 든다.  

친구와 짜고서 경매 정보를 속이거나 가격을 낮춰서 낙찰하는 수법으로 자신의 비밀의 방에 차곡차곡 수집품을 걸어두고 틈만 나면 그곳에 홀로 앉아 감상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다. 

“수많은 명화와 영화에 걸맞는 음악 덕에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Chicago Reader)

영화의 분위기는 일단 매우 클래식하고 우아하다. 주인공이 미술품 경매사이다보니 각종 유물과 회화를 감상하는 것은 물론 엔니오 모리코네의 웅장하고 장엄한 음악을 듣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방에 등장하는 그림은 주인들로부터 제공을 받은 진품과 가짜가 뒤섞여있다고 한다. 테루스 크리스투스의 ‘어린 소녀의 초상’,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의 ‘비너스의 탄생’, 보카치오 보카치노의 ‘집시소녀’, 알브레히트 뒤러의 ‘엘스베트 투허의 초상’을 비롯해 라파엘, 티티안, 브론치노, 모딜리아니, 얀스키, 르누아르 등 세기를 넘나드는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영화 속에서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말동무로 등장하는 천재 기계공으로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기대주 짐 스터게스가 맡았다. 내가 팬이기도 한 배두나의 남친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고 잘 생겨 보였다. ㅎㅎ 미남인 로버트는 여자들의 심리를 꿰뚫는 연애 전문가로 가게를 오가는 많은 여자들에게 작업을 걸어 저녁을 사게 하는 한마디로 '선수'다. 나중에는 다른 분야의 '선수'로도 밝혀지지만 ^^;; 

무채색 톤의 ‘로버트’ 작업실은 주로 어두운 밤에 등장하여 다소 어두운 분위기지만, 복잡한 기계들이 널부러져있음에도 무척 멋스러운 공간이다. 이 곳에서 올드먼은 로버트에게 유일하게 속내를 털어놓고 클레어와의 관계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한다. 클레어의 집에서 가져온 부품으로 로버트가 조립해 로봇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와 닮았다. 이 나무로봇은 18세기 프랑스의 발명가 ‘자동인형의 아버지’ 쟈크 드 보캉송(Jacques de Vaucanson)의 움직이는 나무로봇 ‘오토메타’라고 한다. 이 로봇은 주인공이 사건을 겪으면서 점차 자신을 오픈하고 인간미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평생 혼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살아온 주인공 '올드맨'이 '클레어'를 만나면서 사랑을 배워나가는 장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4세 이후 집 밖으로 나간적 없는 광장 공포증의 스물일곱의 아름다운 클레어를 진정한 사랑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마지막의 반전에서 더 충격적인 이유가 되지만 ㅠ) 
마침내 버질은 클레어에게 옷을 선물하고 지퍼를 올려주면서 처음으로 장갑을 벗게 되고 마침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모든 위작은 진품의 미덕을 간직하고 있다네.”

명화의 진품과 위조품 판별을, 사랑에 적용시킨 것이 이 영화의 흥미로운 메시지 전달법이다. 진짜 예술과 가짜예술을 판별하는 기준은 사랑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올드만은 말한다.  

"위조품은 진품의 미덕을 가지고 있어. 진품을 모사하는 창작자들은 작품 속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그림의 옷 주름이나 눈동자 속에 자신의 이니셜 등을 드러내지.."

그의 친구이자 실패한 화가인 빌리는 말한다.

“인간의 감정은 예술작품 같은 거야. 위조될 수 있는 거지. 원본과 비슷해 보이지만 위작일 수도 있다네.” 

영화 엔딩 즈음에 올드먼이 모든 것을 잃고 체코 프라하 구시가 광장의 ‘밤과 낮(Night & Day)’이라는 카페에서 수많은 태엽시계들 사이에서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면에 그만 가슴이 미어지고 만다. 사랑이란 그런 것. 이 감정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것.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명불허전 탁월한 연출에 제프리 러쉬를 비롯한 명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전설적인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과 세기의 명화들의 황홀한 향연에 환상적인 유럽 로케이션까지! 우아한 기품과 미학을 더하는 모든 요소들을 완벽하게 갖춘 영화' _ cine21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나의 한 줄 평가는 이렇다!

  • 때론 호기심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 예쁜 여자를 믿지마라
  • 밀당의 고수에게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한다.
  •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여자를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한 건 하려면 이정도의 정성과 치밀함을 보여야지 ㅋㅋ 
가장 기억에 남고 웃겼던 대사는 올드먼이 결혼에 대해 물었더니 부하 직원의 대답. 
결혼과 경매의 공통점 "내가 부른 값이 최고인지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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