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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린 시절, 방학이면 한옥으로 된 친척집에 놀라간 추억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방학이 되면 빌딩숲, 아파트촌, 학원가 순례에 익숙해져린 요즘 아이들에게 마당 넓은 한옥집에서 맘껏 뛰놀게 하고 싶었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북적이는 도심보다는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는 곳을 더 찾게 되는데 한옥이 그런 의미에서 딱 제격이다. 

그래서 이번 겨울 여행은 1학년을 무사히 마친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이 한옥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오기로 결정했다. 아빠들은 버리고 오직 엄마와 사내 아이 다섯(거기다 둘째 혹까지 둘이나 붙어) 총 열 두명의 대가족이 움직이는 여행이라 가까운 곳이 최우선 조건이라 서울에서 한시간 반 거리의 연천 '조선왕가' 한옥 호텔이 낙점됐다. 한옥이라면 안동이나, 남원이나 경주쯤은 가야 숙박이 가능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멋진 한옥 호텔이 있을 줄이야. 

출발하는 날 아침 갑자기 내린 폭설을 뚫고 도착한 조선왕가에는 거짓말처럼 눈이 소복히 내려 마치 동화 속 같은 풍경을 보여주었다.  

> 왼쪽이 안채인 염근당, 오른쪽이 별채인 자운정. 

> 고즈넉한 자운정의 눈내린 풍경  

근처에 스파월드와 온천, 허브아일랜드, 선사 박물관 등 볼거로 풍성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고즈넉히 지내고 오기로 만장일치. 객실에서 조리가 되지 않으니 그 흔한 즉석밥도 거부한 채 과일과 맥주 정도만 준비한 온전한 휴식 여행이 될거란 생각에 기대만발~

2012년 경기관광공사가 추천하는 따뜻한 겨울낭만 여행지 7선으로 지정된 한옥호텔 '조선왕가'는 도시에서만 살아온 우리들에게 가슴이 탁 트이는 멋진 경험이었다. 

  CANON 100D Lens 18~55mm


엄마와 아이 열 둘이 한옥 호텔에서 보내는 하룻밤

엄마와 아이 열 둘이 한옥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도 되었지만, 걱정도 이만저마니 아니었다. 혈기 왕성한 사내녀석만 일곱 명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할지, 추운 겨울에 야외에서 노는건 괜찮을지, 음식은 입에 맞을지, 침대가 아닌 바닥이라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을지, 영하의 날씨에 한옥이 춥지는 않을지 등등.

▲ 왕가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한옥호텔 ‘조선왕가’

경기도 연천 자은산 자락에 자리잡은 조선왕가는 황실가의 전통 한옥으로, 본래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있었으나 2008년 연천으로 옮겨왔다. 이전 작업을 하던 중 대들보에서 붉은 비단에 싸여진 상량문과 함께 금(金) 셋, 은(銀) 다섯, 동(銅) 일곱 덩어리가 발견되었다. 상량문의 발견으로 조선왕가의 주인이 밝혀졌다. 조선조 역대 왕의 종묘제례를 관정하였던 고종황제의 손자 이근의 고택이었던 것이다. 수백 년 전의 고재목과 돌, 기와 등 왕가의 기운이 고스란히 서려져 있으며 왕가의 전통 건축양식에 따라 황토벽돌을 사용한 벽과 바닥 그리고 전통한지 장판과 닥나무 창호지등이 안정감을 준다. 

여행으로 한옥에 머무르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화려한 호텔과 달리 녹색과 천연나무 색 등 온통 자연의 색들로 둘러싸인 한옥이 처음에는 지루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조금 지나면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금방 편안함을 느낀다. 

조선왕가 한옥 호텔은 황족이 살았던 한옥에서 지낸다는 의미 외에도 묵어가는 손님을 위해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이곳이 가족 여행에 딱인 이유, 몇가지 매력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다. 

# 매력 하나~ 오감만족 쉼과 힐링     

조선왕가 한옥호텔은 '염근당'(추운 겨울을 이겨내며 자라는 미나리의 기상을 생각하는 집) '자은정'(황제의 은혜로 지은 집)으로 구분된다. 

'염근당'은 고종황제의 아들인 의친왕의 장남 '이 근'(李芹)의 고택으로 1800년대에 지어 1935년에 99칸으로 중수된 황실가의 전통한옥이다. 우리처럼 8명 이상의 대가족에게는 스위트룸격인 별채 자은정을 내주셨다. 

대들보와 서까래 기둥·주춧돌·기단석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번호를 기록해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원형의 모습에 어긋남이 없도록 복원하는데 무려 3년이 걸렸고, 소나무·돌 등을 꾸준히 구입해 조경에 투자한 것까지 포함하면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귀한 집에 펜션 1박 가격으로 머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수령 10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염근당의 고목들과 세월의 흔적을 베어 문 고색창연한 건축물은 눈길 주는 곳마다 그림이다. 자은정은 유려한 풍채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기운을 발산하는데, 그 뒤로 병풍처럼 쳐져 있는 자은산의 초록이 쉴 새 없이 내뿜는 피톤치드 덕분에 하룻밤을 자고나도 몸이 한결 가뿐해 진다. (자은정 VIP 투숙객에게는 황토 찜질방 이용이 무료다.) 

방안은 벽체와 바닥은 황토를 써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기가 충만할 것 같다. 전통한지 장판과 닥나무 창호지를 사용해 옛 방식 그대로 살려 흉내만 낸 한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전통 방식으로 지어져 한옥 특유의 우풍이 있긴하지만, 일행 중에 출발전 감기 몸살 기운으로 찌푸둥하다던 한 엄마는 지글지글 끓는 황토 구들목에 하룻밤을 자고 나더니 개운해졌다며 화색이다. 좋은 공기, 좋은 기운, 좋은 음식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되는 것인가 보다.   

조선 왕가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외부와 차단된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미모의 여사장님의 말씀으로는 밖에 나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단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이는데, 봄에는 마당에서 클래식 콘서트, 여름에는 글램핑, 가을에는 뒷산에서 밤 송이 따기, 겨울에는 넓은 마당에서 눈썰매를 딸 수 있다고. 조만간 수영장과 실버용 캠핑장을 별도로 오픈 예정이라고 하시니 계절마다 한번씩 와봐야 할 듯하다.  

> 화장실에는 샤워부스와 비데를 설치했고, 대들보 뒤편의 에어콘 바람이 시원하다. 자연과의 교감을 위해 염근당에는 TV와 컴퓨터는 놓지 않았다. 별채인 자은정에만 거실에 TV가 1대 있다.  


# 매력 둘~ 절로 건강해지는 약초 밥상   

여행을 가면 근처 여행지의 향토 음식을 맛보는 재미도 있지만, 아이 일곱을 거느라고 차로 이동해 밥을 먹으러 다니는 것은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여행이 엄마들의 '힐링 여행'임을 강조하며 조선 왕가 호텔에서 식사를 모두 해결하기로 했다.  

다행히 이 호텔의 대표인 남권희 이사장(이학박사)는 3대째 한약재 사업을 하고 계신 덕분에 조선왕가는 맛 뿐 아니라 몸에도 좋은 보양식단을 내놓고 있었다. 근처 약용식물원에서 재배한 유기농 재료로 만든 웰빙약선 요리가 자랑거리였다. 한방백숙부터 8가지 야채가 들어간 약선항방비빔밥, 야생초 모듬전, 단호박 연잎밥 등 조미료를 전혀 가미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밥상이었다. 

> 여 사장님이 직접 아이들에게 고기를 먹여 주시기도 하며 살뜰히 보살펴 주셨다.

<저녁 메뉴: 숯불 바베큐, 건강샐러드, 한방도토리묵, 연잎차 1인분 30,000원> 


우리는 도착 당일 저녁을 바베큐를 해주셔서 실컷 먹고, 다음날 아침에는 사골로 푸욱 끓인 떡국을 먹었다. 여사장님이 특별히 서비스로 주신 특제 소스의 샐러드와 도토묵 무침은 아이들도 열광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엄마들은 배추김치, 백김치에 감동 연발. 어쩜 김치가 이렇게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나는지 먹어도 먹어도 계속 젓가락이 가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침상 : 사골 떡국, 야생초 모듬전, 알배추 겉절이 가격: 11,000원>

왕가의 비방을 도입한 황토, 편백향 테라피, 왕가비 훈욕 테라피, 각종 자연 테라피로 몸 안의 독소를 제거해 생기와 활력을 되찾게 해준다.

아이들을 동반했다면 빛으로 뒤덮인 밤하늘에 소원을 적은 '풍등'을 날려보내는 이벤트도 좋겠다. (우리는 한 잔 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사장님이 주신 풍등 날리는걸 그만 깜빡 ㅠㅠ)

호텔 내의 카페테리아 '왕가의 아침'에서는 쌍화 솔잎 복분자 산수유 등 100% 천연발효숙성 차나 와인 등을 맛볼 수 있다. 우리 일행은 카페에서 추천해 준 제호차를 마셔 보았는데 홍삼과 매실이 혀끝에서 달싸하게 감도는 맛이 일품이었다. 여름에는 얼음에 타서 시원하게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한다. 

맛난 아침을 배불리 먹고 향기로운 차 한잔을 하고 있자니, 이런게 바로 슬로 라이프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매력 셋~ 다채로운 체험거리가 풍성 

ㄷ자로 오픈된 넓은 마당은 한 눈에 들어와 아이들을 풀어놓아도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엄마들은 아랑곳없이 자기네들끼리 눈을 뭉치고 눈싸움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항상 답답한 도시에 아이들을 가둬놓고 행여나 다칠까 노심초사하던 우리들이 한심하고 안쓰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어린시절도 이랬던 것 같다. 특별할 것 없어도 골목에서 아이들과 하루종일 무얼 하며 놀아도 시간은 어쩜 그리 쏜살같이 지나갔던지...이렇게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노는 것이 진짜 '놀이'가 아닐까.

겨울에는 체험거리가 부족하지만, 초록이 우거진 계절에 다시 오면 연천승마공원에서 승마를 하거나 한탄강에서 래프팅을 하거나 전곡선사박물관에서 구석기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다음에 다시 가족 여행을 오면 아침일찍 뒷산인 자은산 트래킹을 한 뒤 홍자은 미술관에서 그림 감상을 하고 저녁에는 음악회 등도 즐기고 싶다. 마치 왕이 된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아이에게 친구들과의 멋진 시간을 추억으로 남겨주게 되어 기쁘다. 난생 처음 지글지글 끓는 구들장의 뜨거움을 경험하고, 맛있는 사골 떡국도 먹고, 원없이 눈장난을 해보았던 겨울의 추억...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엇을 하건 즐거운 여덟살짜리 사내 녀석들에게 한옥에서 보내는 오늘 하루는 무척이나 짧게 느껴졌을 듯하다. 엄마들의 힐링은 덤으로 치더라도 말이다. 



▲ INFORMATION - 한옥호텔 ‘조선왕가’

* 주소: 경기도 영천군 연천읍 고문리 420-1번지
객실 수: 2인실 13개, 4인실 1개, 6인실 1개, '스위트룸' 격인 별채 자은정까지 모두 16개 

염근당 (2인기준)
* 비수기 : \ 220,000 / 주말, 성수기 : \ 250,000 (1인 추가시 \30,000)

자은정(8인 기준, 최대 12인까지 가능) 
* 비수기 : \ 500,000 / 주말, 성수기 : \ 560,000  (1인 추가시 \30,000)

* 체크인: 오후 2시 이후, 체크아웃: 정오 12시 이전

* 예약 및 문의 : 031-834-8383 
* 홈페이지: www.royalresidence.kr 



조선왕가 / 호텔

주소
경기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420-1번지
전화
031-834-8383
설명
왕가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한옥호텔 '조선왕가' \n경기도 연천 자은산 자락에 자리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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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제이유 겟어바웃에서 이 글 보고 정말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눈 내린 한옥을 하룻밤 잘 수 있단 건 무언가 책에 나올 법한 장면 같이 느껴지거든요.
    새벽 일찍 일어나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뽀독뽀독 밟으며 앞 마당 산책에 나서는 상상도 해 보고 말이죠..^^
    2014.01.04 18:50 신고
  • 프로필사진 미돌 겨울이라 황량할 것을 걱정했는데 마법처럼 흰 눈이 소복히 내려서
    우리 개구쟁이들이 눈 밭에서 신났죠 뭐. ㅋ
    엄마들은 지글지글 끓는 황토 찜질방에서 수다 삼매경이고 ㅎ
    그러나 한옥은 아침 일찍 풍경은 정말 좋은데 방이 전통 한옥식이라 약간 추운 건 감수해야해요. ^^
    2014.01.05 19: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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