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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달아나는 가을을 잡아보려고 설악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나투어에서 보내 준 호텔 숙박권 하나만 달랑 들고 떠난 설악산. 그러고보니 강원도는 아이를 위주로 리조트에 물놀이하러 혹은 겨울철에 눈썰매 타러 줄기차게 다녔어도 정작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해 가는 것은 처음이로구나. 미처 몰랐다. 


  CANON 100D Lens 18~55mm,

그동안 아이가 어리니 산행은 엄두도 못 냈고, 아빠도 워낙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니 산에 오르고 싶어하는 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행히 설악산은 케이블카가 해발 800미터 이상을 올라간다고 하니 이만하면 투덜거리지는 않겠구나 하고 안심하고 떠났다. 다른 건 접어두고 오직 설악의 가을 단풍만 만끽하고 오리라.

잘 꾸며진 영국식 특급호텔, 설악켄싱턴호텔 

우리가 묵은 호텔은 이랜드 그룹에서 운영하는 설악켄싱턴호텔이었다. 무려 27년이나 연식이 오래되어서 좀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가보니 우려와 달리 잘 꾸며진 호텔이었다.

무엇보다 설악산 국립공원 매표소에서 바로 내다보이는 걸어서 5분거리에 별 다섯개 특급호텔이라니!! 멀리 나가지 않아도 호텔방이나 레스토랑에서 설악의 비경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춘 호텔이 어디 또 있을까? 게다가 무미건조한 일반적인 호텔이 아닌 영국식 특급호텔이다. 호텔 도처에 영국 여왕과 찰스 황태자와 다이에너 비의 사진이 걸려있고, 9층에는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인 '애비 로드(Abbey Road)'와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이 비틀즈 기념관으로 아예 꾸며져 있었다. 

설악에 어인 비틀즈 강림인가 하고 보니 존 레논의 한정판 싸인에 입던 슈트, 비틀즈의 멤버 전원이 싸인을 한 세계 유일의 기타가 전시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게 싯가로 도대체 얼마나 하는 물건이야?? 

해외 각국의 대사나 최고 수장은 물론이고 국내외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묵은 객실을 직접 이용할 수 있고, 그들의 싸인과 사진이 벽에 액자로 가득 걸려 있었다. 물론 이런 인테리어는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시설이 노후되어서 객실룸과 욕실이 무척 작아서 불편했다. 우리 가족은 주로 신규 리조트 중심으로 찾아서 다녔는데 아무래도 입지조건이 좋다보니 이런 부분은 감수해야할 듯. 다소 어둡고 퀴퀴해 보일 수 있고, 에어컨이나 난방 상태 등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우리 룸은 온돌이었는데 뜨거운 바닥을 싫어하는 남편은 밤새 더워서 질색했지만, 나랑 아이는 오랫만에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도착 첫날에 비가와서 이튿날 설악산만 구경하고 바로 다음날 서울로 돌아왔지만, 첫날 일찍 도착해서 설악산을 둘러보고 다음날은 속초나 대관령 등지로 나가서 동해 바다와 양떼 목장 등을 들러오기에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무래도 단풍 시즌이라 몰리는 인파에 비해 케이블카 좌석이 부족할 듯하여 프론트에 물어보니 아침 일찍 가서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가 없다면 일찍 밥먹고 나서도 좋지만, 느긋한 브런치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목적 중 하나이니 (감기로 컨디션이 안좋은 남편 대신에) 내가 아침 8시에 일어나 케이블카 예약을 하고 와서 아침을 먹었다. 

호텔에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5분 거리인데 케이블카 티켓은 국립공원 입장해서 다시 5분이상 걸어야 나타난다. 8시 30분에 도착해서 11시 55분 티켓을 끊었으니 케이블카 예약은 보통 3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보면 된다. 도착해서 세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아서 올때마다 케이블카를 타지 못하고 허탕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호텔이 가까우니 이런 잇점이 있어서 좋구나~ 아침 산책 겸 사진 찍으면서 다녀오니 기분도 상쾌~ 룰루랄라 ♪ ♬

아직은 어린 아이가 산에 오르는 것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 내 오해였다. 오히려 마치 다람쥐처럼 에너지가 어찌나 넘치는지 권금성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는 정상까지 계단으로 오르는 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아예 바위로 암벽 등반을 하는게 아닌가. 우리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내려오라고 손짓을 해도 본체만체 ㅋㅋ 

케이블카로 설악을 오르니 사방이 산수화

설악동 소공원에서 20인승 케이블카에 오른다. 1971년부터 운행된 케이블카는 정상까지 1128m 거리. 10여분이면 닿는다. 케이블카가 고도를 높이자 시야에 들어오는 풍광이 넓어진다. 기암절벽이 와락 다가오고 발아래 소공원과 신흥사는 소인국이다.

깎아지른 석산 위에 세워진 권금성은 전설을 품고 있다. 신라 때 권·김 두 장군이 난을 피하기 위해 쌓았다거나, 고려시대에 몽골군이 침입하자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 성을 쌓고 피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데 정확한 축조 시기는 불분명하다. 권금성 승강장에서 오른쪽으로 10분 정도 오르면 산 능선에 성벽이 남아 있다.

권금성을 내려오면 신흥사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절이야 산에 가면 흔히 있는것이지만, 설악의 절은 가을을 담뿍 담고 있다. 신흥사로 가는 입구에는 지름이 팔 길이의 몇 배나 되는 오래된 단풍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그 나무들마다 노랗고 빨간 빛깔의 잎들이 저마다의 화려한 컬러를 뽐내고 있었다. 

차분히 차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산을 내려왔다. 호텔로 돌아와 마당의 단풍잎을 주워와 모자에 가득 담아 서울로 돌아왔다. 가을이 내 아이의 손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가 모자에 가득 담아 준 가을. 엄마가 좋아할거 같아서 주워왔다고 ~♥"

가을처럼 충만했던 가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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