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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버호벤의 <토탈 리콜>이 개봉한 건 1990년. 그로부터 22년 후 오늘 속편도 아니고 리메이크가 나왔다. 큰 성공을 거둔 블럭버스터 원작의 빼대를 그대로 유지한 리메이크는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원작을 뛰어넘겠다는 단단한 각오로 미국에서 14일 개봉한 이 영화에 대해 현지의 평가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니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영화란게 별 기대없이 보면 괜찮네 하지만 기대를 많이 할수록 실망이 큰 법이다. 로보캅, 원초적 본능의 스웨덴 출신 폴 버호벤 감독의 토탈리콜 원작에 애정을 가진 많은 팬들일수록 더욱 이 영화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듯하다. 이번 리메이크작은 15세 이상 관람 가능한 PG13등급을 맞추느라 원작에 비해 선혈이 낭자한 잔인한 장면이나 기괴하고 충격적인 장면 대신 2022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 블루톤으로 훨씬 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더 맘에 든다. 

원작의 버호벤 감독은 소설의 실험성을 그럴듯하게 살려낸 SF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당시 큰 성공을 거뒀고, 리메이크를 맡은 렌 와이즈먼 감독은 원작이 가진 탄탄한 스토리에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 주특기인 비주얼을 덧입히느라 애를 쓴 기색이 역력하다.  

 

SF영화의 원조 vs 첨단 특수효과의 대결 

1990년 개봉한 영화 '토탈리콜'(폴 버호벤 감독)은 미국 공상과학(SF) 소설 작가 필립 딕(1928∼1982)의 단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는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첵' 등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철학을 담은 작품으로 영화화가 많이 된 작가다. 

지구가 생화학 실험으로 오염되면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곳이 점점 제한되면서 지금의 유럽 위치에 '호버카'라고 하는 지배도시로, 지금의 호주 정도 위치에 '콜로니'라고 하는 식민도시만이 남게 된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통합된 유로아메리카가 식민지 아시아를 지배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두 도시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내 흥미를 끈 것은 바로 미래형 자동차인 날아다니는 '호버카'와 대륙과 대륙을 잇는 엘리베이터 '폴(The Fall)'이다. (크라이슬러의 미래자동차라는) 공중을 떠다니는 호버카 액션 시퀀스는 '제5원소'와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참고한 흔적이 역력하다. 브리튼 연방에서 콜로니까지 약 17분 만에 이동이 가능한 '폴'은 첨단 기술의 집합체 같다. 이 폴의 무중력 상태에서 펼쳐지는 액션 신은 '토탈 리콜'의 명장면 중 하나다.  

 

'언더월드'와 '다이하드4.0'의 렌 와이즈먼 감독은 미술을 전공한 실력으로 비주얼이 꽤 세련되고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미래 도시로 등장하는 식민지인 수상도시 '콜로니'는 세피아와 녹색 톤을 사용해 마치 홍콩이나 중국 어디쯤의 아시안 느낌이 강하게 든다. (개인적으로는 왜 빈민도시를 아시아 계로 상류계급을 백인으로 등장시켰는지 무척 불만이다.)   

  

감독, 출현 배우, 영화 속 배경, 기술 모두 달라졌지만 기본 줄거리는 그대로 가져왔으며, 와이즈먼 감독이 버호벤 감독의 영화에 오마주를 보내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원작에서 클럽에서 만난 가슴이 세개 달린 여자는 PG13등급에 맞추느라 리메이크 작에서는 브래지어를 차고 등장하는 장면이나 검문소를 통과하는 장면에서 뚱뚱한 중년 여성으로 변장했던 아놀드 슈월츠제네거 대신 콜린 파렐이 CG로 만든 홀로그램 가면을 쓰고 나온다. 이상하게도 촌스러운 변장보다 특수 효과로 창조한 리메이크 영화 장면이 훨씬 임팩트가 떨어지니 이는 참 괴이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눌한 영어발음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당시 거의 무명이었던 샤론 스톤에 비해 리메이크작의 주연배우인 콜린 파렐이나 케이트 베킨세일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광복절 휴일 오전에 영화관에서 리메이크작을 보고 집에 오니 저녁에 OCN에서 개봉 기념인지 원작을 또 방영해줘서 의도치 않게 하루에 2편의 토탈리콜을 보게 되었다. 원작의 경우 화성을 표현한 특수효과와 충격적인 영상, 강한 철학적 메시지로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어쩌면 촌스럽게 보이기도 하는데 현실감이 철철 넘쳐서 더욱 임팩트가 크다. 

지금은 엄청난 영화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리메이크작이 당시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세련된 범작으로 평가되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만일 이 영화가 원작의 명성을 등에 업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혹평을 얻었을까? 역시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잔재주보다 철학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해 주는 영화였다. 


[사족] 

- 개봉 첫날이라 상영관이 많지 않아 예약이 쉽지 않았다. 배급에 뭐 문제있나? 
- 기억을 심어주는 리콜(Rekall)사의 간판에 '리콜'이란 한글과 출동한 경찰의 차량에 뜬금없이 '이십오'라는 한글이 등장한다. 소품팀에 혹시 한국인이? 
-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식민지를 표현하기 위해 동양적 요소들(부처, 기모노 의상, 아시아계 배우 등장 등) 차용한 부분은 몹시 거슬렸다. 이건 백인 우월주의? 
- 개인적으로 주인공들이 손바닥 안에 장착하고 다니는 미래형 휴대폰이 아주 탐났다. 칼로 꺼낼때는 우웩!
- 수년간 내 옆에서 한 이불 덮고 자던 아내가 어느 순간 나를 죽이려 총을 들고 달려든다면? 오싹하다.
- 폰부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콜린 파렐이 안젤리나 졸리, 린제이 로한, 샐마 헤이엑, 공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리한나 등 무수히 많은 여자 연예인과 염문을 뿌린 분이라는군. 역시 매력적이야 ㅋㅋ
- 아내 로리를 연기한 배우가 감독 렌 와이즈먼의 부인인 케이트 베킨세일이라 그런지 원작에 비해 비중이 급증, 오히려 옛 여친인 제시카 비엘이 희미하게 느껴진달까.



토탈 리콜 (1990)

Total Recall 
9
감독
폴 버호벤
출연
아놀드 슈워제네거, 레이첼 티코틴, 샤론 스톤, 로니 콕스, 마이클 아이언사이드
정보
액션, SF | 미국 | 113 분 | 199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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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리콜 (2012)

Total Recall 
7.3
감독
렌 와이즈먼
출연
콜린 파렐, 케이트 베킨세일, 제시카 비엘, 브라이언 크랜스턴, 에단 호크
정보
액션 | 미국 | 118 분 | 2012-08-15

# 홈페이지: http://totalrecall201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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